
롱블랙 프렌즈 L
연쇄 창업가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도 힘든데, 어떻게 두 번이나 창업을 결심했을까.
그래서 연쇄 창업가의 속내를 들어보려 해. 2021년 엔터테크 서비스 ‘빅크’를 창업한 김미희 대표의 이야기야. 2016년 영어 교육 서비스 ‘튜터링’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키운 이후 두 번째로 나선 창업에 도전한 인물이지.
Chapter 1.
창업가에게 ‘지나친’ 고민이란 없다
김미희 대표, 원래는 안정적인 대기업 직장인이었어. 200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초기 갤럭시의 제품 기획을 담당했거든. 약 10년 동안 회사를 잘 다니다 갑자기 창업에 뛰어들었지.
첫 창업 튜터링은 성공적이었어. 2016년 창업 뒤 5개월 만에 흑자를 내고, 2년 만에 M&A에 성공하며 회사를 매각했거든. 여기서 끝이 아냐. 2021년엔 엔터테크 분야로 창업에 도전하더니, 서비스가 출시되기도 전에 9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어. 2024년 8월엔 투자유치액을 50억원 더하며 누적 투자금 145억원을 기록했지.
이력만 들으면 신기해. ‘이 사람은 두려움이 없나?’ 싶지. 하지만 김미희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더라. 자신은 흔히들 생각하는 ‘창업가’의 모습과 다르다면서. 뭔가 창업가들은 단호하게 결정하고 거침없이 행동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거야.
강남에 위치한 빅크 사무실에서 김미희 대표를 만났어. 흰 셔츠에 회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지. 그는 자신의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인사를 건넸어. 인터뷰가 시작된 후에는 모든 질문에 차분하고 신중히 답했지. 자신을 ‘생각 과잉 활동인’이라고 소개하더라. 평소에도 고민이 많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이런 모습이 오히려 창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해. 수많은 고민을 거친 뒤에 일을 ‘시작’하면 폭발적인 추진력이 생긴다는 거야.
“저는 그렇게 대범한 창업가는 아니에요. 어떤 아이템을 검증하기까지 유난스러울 정도로 혼자 많은 고민과 시간을 축적하거든요. 한 가지 아이템에 대해 1부터 100까지의 시나리오를 모두 생각하죠. 그런데 그런 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는 한양대에서 광고와 시각디자인을 복수 전공했어. 대학생 시절, 소소한 창업을 경험하기도 했대. 휴학 중 ‘웹 디자인’ 강의를 듣고는, 프리랜서를 모아 에이전시를 만들었거든. 대학교나 소상공인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일을 했지.
이후엔 삼성전자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일했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었지. 2006년 상품 기획 직군으로 입사해, 2009년도에는 초기 갤럭시 시리즈의 UX 디자이너로 직무를 전환했어. 그러다 2015년 회사를 나온 거야. 창업을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