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슬슬 여름옷 사야 하는데, 어디서 살지 모르겠네. 밖에 나가자니 덥고, 인터넷은 귀찮아. 누가 딱 골라줬으면 좋겠다.
친구가 앱 하나를 소개해 줬어. 바로 ‘그립Grip’. 여기 자기가 좋아하는 셀러seller가 있는데, 라이브 방송으로 옷을 야무지게 추천해 준대. 선착순으로 옷을 싸게 사는 ‘게임’도 하고. 자기는 매일 그 방송을 보게 된다나?
그립은 2019년 2월에 나온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야. ‘모바일 홈쇼핑’ 아니냐고? 아니, 좀 달라. 홈쇼핑은 TV 같은 가로 화면이잖아. 그립은 최초로 세로 화면을 구현했어. 틱톡TikTok과 더 닮았달까? 여기에 ‘게임’과 ‘단골 문화’라는 차별점이 있어.
그립은 5년째 성장하고 있어. 2019년 2억9000만원이던 연간 거래액은 2020년 240억원, 2021년 800억원으로 늘었지. 2022년 팬데믹이 한창일 땐, 거래액이 전년 대비 162% 증가한 2100억원을 찍었어. 2023년엔 여기서 43% 더 성장해 무려 3000억원!
Chapter 1.
“홈쇼핑과는 다르다”는 모바일 커머스
이 회사의 성장 배경이 궁금해졌어. 김한나 그립 대표를 찾아갔지.
서비스를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서 단서를 발견했어. 화려한 제스처와 활기찬 목소리, 마치 그립을 파는 라이브 커머스 셀러 같았지.
“그립은 ‘관계’ 기반의 모바일 커머스라고 할 수 있어요. 셀러와 연결되는 느낌을 계속해서 주기 위해 노력하죠. 저렴한 가격이나 유명인만 강조하는 홈쇼핑과는 전혀 달라요.”
_(이하) 김한나 그립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화려한 모습 뒤엔 무모하다 싶은 ‘도전자’의 면모가 숨어있어. 김한나 대표, 커리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더라. ‘해외에서 맨땅에 헤딩하기’도 한두 번 해본 게 아냐. 그립을 구상한 초기, 손으로 직접 그려낸 투박한 ‘기획안’도 롱블랙에서 처음으로 공개했어.
김한나 대표, 사실 10대 시절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대. 전쟁고아를 위한 학교를 짓겠다는 꿈부터, 사회 문제를 들춰내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꿈도 있었지. 마치 PD수첩처럼. 졸업 후에는 NGO를 찾아다녔어. 사회 정의를 위해 살고 싶었던 거야.